"상품에 스토리 담아라"…마켓컬리 직원 200명 중 글쓰는 작가 20명

입력 2019-03-07 17:53   수정 2019-03-08 10:16

소득 3만弗 시대…소비 트렌드가 바뀐다

스토리텔링이 이끄는 유통산업



[ 김보라 기자 ] ‘100년이 넘도록 버크셔 돼지 품종을 사육해 온 미국 텍사스 농가에서 건강하게 비육된 순수 혈통 버크셔랍니다. 200일 이상 천천히 키워 도축하기에 깊은 맛과 풍성한 마블링이 남달라요.’

신선식품 온라인 유통업체인 마켓컬리에서 파는 미국산 버크셔 흑돼지 목살(사진)의 상품 설명 중 일부다. 가격 정보보다는 어디서 어떻게 사육됐는지, 어떤 음료와 잘 어울리고, 어떻게 손질하고 보관해야 하는지가 담겨 있다. 마켓컬리 직원 200여 명 중 전문 에디터만 20명 정도다. 이들이 상품기획자(MD)들과 상품 기획 단계부터 함께 소통하며 소비자에게 ‘어떻게 이야기할지’를 정한다. 직원들이 먹어본 뒤 적은 후기인 ‘테이스팅 노트’를 글로 전달하기도 한다.

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유통산업에서는 정직하고 정제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.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 ‘얼마인가’에서 이제 ‘어떤 물건이고, 어디서 왔냐’로 바뀌었다는 것이다.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패턴은 적게 먹고 덜 쓰더라도,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.

유통업계 곳곳에서 이미 이 같은 변화가 시작됐다. 네이버가 운영하는 농축수산물 유통채널인 푸드윈도우에는 농부와 어부들의 현장 사진과 함께 이 일을 언제 어떻게 시작했는지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. 헬로네이처, 미식일상 등에는 생산자의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.

라이프스타일 상점인 띵굴마켓에는 각 코너와 상품마다 긴 설명이 적혀 있다. 그릇 코너에는 ‘나의 살림로망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‘어릴 적 모래밥과 나뭇잎 그릇 갖고 놀던 소꿉놀이, 어느덧 실전이 된 나의 살림살이들’이라는 설명으로 20~30대 소비자를 유혹한다. 각 제조사의 철학이나 개발자들이 생각한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표현돼 있다. 띵굴마켓, 아크앤북 등을 운영하는 OTD코퍼레이션의 김지인 마케팅실장은 “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단순히 가격과 디자인이 아니라 어떤 원료로 누가 어떻게 제조했는지의 상세한 정보”라며 “아무리 작은 상품에도 제작 의도와 상세한 설명을 함께 담아 진열한다”고 말했다.

김보라 기자 destinybr@hankyung.com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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